탄핵 인용, 기각, 각하 뜻 – 친구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궁금증
며칠 전 지인과 점심을 먹으며 정치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인이 갑자기 물었다. 야, 그 뉴스에서 탄핵 '기각'됐다는 건데, 그럼 그냥 끝나는 거야? 순간 나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름 법과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다고 자부했는데도, '인용', '기각', '각하'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헷갈리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하기 시작했고, 그 날 저녁 혼자 집에 와서 관련 법조문과 사례들을 더 찾아봤다. 그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인용 – 헌재가 받아들일 경우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심리한 뒤 '인용' 결정을 내리게 되면, 이는 해당 공직자의 위법 행위나 헌법 위반이 중대하다고 판단되어 그 탄핵이 타당하다고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은 직을 즉시 상실하게 되고, 이후 국가의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통상적으로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며, 60일 이내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명확히 확인된 바 있다. 헌재는 당시 공무상 비밀 누설과 권한 남용 등을 중대한 위헌 사유로 인정해 파면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에 따르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인용 결정이 가능하다. 8명의 재판관이 참여한다면 최소 6명이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기각 – 잘못은 있으나 탄핵은 과하다 판단될 경우
'기각'이란 표현은 법적으로 사건이 심리 대상이 되며, 그 내용을 본 뒤 결론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 위법성이 일부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수준이 직을 박탈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이다. 당시 헌재는 일부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었음을 인정했으나, 그 위반이 대통령 직을 박탈할 정도로 중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는 즉시 복직하여 임기를 마쳤다.
기각되면 대통령은 다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직무집행정지 조치는 즉시 해제된다. 이로 인해 정치적 혼란도 일정 부분 진정되는 경우가 많다.
각하 – 형식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한 경우
가장 생소할 수 있는 표현이 '각하'이다. 이는 소송의 본안에 들어가기 전, 즉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기 이전 단계에서 사건 자체가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내려지는 결정이다.
예를 들어 국회가 탄핵소추를 했지만, 그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거나,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등에서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실제로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형식적 요건 미비로 인해 사건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하가 내려지면 대통령은 마찬가지로 직무정지에서 즉시 해제되며, 법적으로는 탄핵 심판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헌재의 판단 기준은 어디에 있나?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헌법과 법률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판관 구성, 국회의 탄핵 소추 배경, 국민 여론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중대 사안은 단순한 법적 논리를 넘어 사회적 신뢰와도 직결되기에, 재판관 한 명 한 명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모임에서 지인이 "이번엔 인용될까?"라고 묻던 순간이 떠오른다. 단순한 궁금증이 아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원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자 질문이었다.
탄핵과 관련된 법률 용어는 다소 어렵고 생소할 수 있으나, 이들 단어가 갖는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단순히 정치 뉴스의 배경지식으로서뿐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법 감수성을 갖추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인용’은 공직자 파면, ‘기각’은 복귀 가능, ‘각하’는 아예 판단 대상이 아님을 의미한다. 주변에서 자주 오가는 용어지만 그 정확한 뜻을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정리해두면 앞으로도 뉴스나 사회 이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으로 탄핵 관련 세 가지 결정의 뜻과 차이를 정리해보았다. 나 또한 누군가의 질문 하나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같은 경험을 하셨기를 바란다.